'영어/학습방법론'에 해당되는 글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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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감동시킨 박주현의 공부반란

- 박주현 / 동아일보사 -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그것이 지금의 이곳까지 나를 이끈 힘이었다.

 

■ 천천히 해서 더 잘하는 아이

 

“아이에게 공부가 즐거운 것이라는 걸 가르치기 위해 그렇게 애썼는데 유치원이 감옥 같다면 어떤 교육도 효과가 없다!”

 

어 머니의 교육법을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인디언 타임’에 따른다는 것이다. 인디언 타임이란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시간관념, 더 정확히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말이다. 흔히 우리는 무슨 일을 할 때 먼저 계획을 세우고 촘촘히 시간표를 짜서 일정대로 마무리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곤 한다. Rush! Rush! 그렇게 끊임없이 닦아 세우며 몰아쳐간다.

 

하지만 인디언들의 삶은 전혀 다르다. 그들에게 시간이나 계획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들은 상황과 형편을 시간보다 앞세운다. 상황과 때가 모두 좋을 때 어떤 일을 하는 식이다. 인디언식의 표현대로라면 ‘모든 것이 준비된 때’, 그것이 바로 인디언 타임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내가 무슨 일에 몰두해 있을 때 결코 방해하는 법이 없었다. 내가 몇 시간이고 동화책 한 권을 붙잡고 웅얼웅얼 거려도, 소꿉장난에 빠져 몇 시간씩 놀기만 해도 절대 혼내거나 다른 걸 시키지 않았다.

 

뭔가에 몰두해 있는 아이에게 자꾸 말을 걸거나 다른 일을 시켜 산만해진다는 게 어머니의 생각이었다. 어머니는 내가 하버드에 합격한 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들에겐 타고난 집중력이 있어요. 그런데 어른들이 그걸 자꾸 방해하는 거예요. 하루 종일 시간표를 짜서 시간이 되면 이제 그거 그만두고 영어 공부해야지, 피아노 쳐야지 하면서 말이에요.”

 

어머니는 ‘공부란 아이가 흥미를 느낄 때 배워야 하는 것’이 라고 했다. 정말 뭔가 알고 싶은 욕구가 가득할 때 맘껏 집중해서 하다 보면 많은 것들이 또렷해진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매사에 서두르지 않는다. 무엇을 배워도 느리게 배우지만 천천히 원리에서부터 더듬어간다. 나의 시간과 리듬에 따라 음미하듯 생각을 되짚어간다.

 

오랜 시간 끝에 나의 머리에도 어떤 것이 와 닿는다. 나는 이해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무언가를 또 내 지식의 창고에 쌓는다.

- 27p ~ 29p -

 

어머니는 결코 또래 아이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재촉하지 않았으며, 항상 웃을 수 있을 만큼만 하게 했다. 미국에서 바이올린 레슨을 받을 때였다. 첫 수업 후 바이올린 선생님은 ‘10회 반복’을 숙제로 내주었다. 그때 어머니는 말했다. “꼭 10번씩 할 필요는 없어. 네가 하고 싶은 만큼만 해. 딱 네가 만족할 만큼만.”

 

몇 번을 했느냐고? 물론 난 한 번만 했다. 그 일로 바이올린 선생님과 어머니 사이에 사소한 언쟁이 있었다. 선생님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고 했고, 어머니는 “아이가 즐기다 보면 스스로 배워나갈 것이다”고 주장했다. 다른 아이의 경우는 모르지만 내 경우에는 어머니가 옳았다.

 

억 지로 연습을 거듭해온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은 나름의 ‘고통’이었지만 내게는 그렇지 않았다. 난 바이올린 연습을 놀이 삼아 했다. 그러다 연주하고픈 곡을 발견하면 10번이 아니라 100번도 더 연습했다. 그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었기에 가능했다. 그 후로 내 바이올린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 42p ~ 43p -

 

선생님은 마치 시골 할머니처럼 후덕하기 그지없었다. 선생님의 남편은 교육학자라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선생님의 교육 방법은 미국에서도 독특한 축에 끼었다. 물론 지금은 매우 일반적인 교육법으로 자리 잡은 느낌이지만, 선생님은 모든 걸 몸으로 느끼게 하고 행동으로 배우게 했다.

 

가 령 이런 식이다. 선생님은 교실 한가운데에 장난감 집을 가져다 놓았다. 선생님 남편과 아들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건 정말 ‘Cool'한 것이었다. 그 집은 딱 우리키만 했다. 한껏 몸을 오그리고 들어가면 아이 둘은 들어가는 크기였는데 우리는 그 안에 둥지를 틀고 소꿉장난을 하길 좋아했다. 게다가 통나무로 만들어져 위에 올라타도 끄떡없었다.

 

장난꾸러기 남자 아이들은 통나무 집 옆에 달린 작은 나무 사다리를 이용해 지붕에 올라가기를 좋아했다. 현관은 ‘Porch', 창문은 ’Window' 하는 식으로 우리는 각 부분의 명칭을 배우고, 그 기능에 대해 배웠다.

 

게 다가 얼마나 사려 깊었는지, 선생님은 우리 어머니에게 항상 다음 주에 배울 내용들을 따로 보내주었다. 어머니는 그걸 보고 우리말로 설명해주었다. 미리 한국말로 이해하고 간 덕분인지 조금씩, 조금씩 영어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정확히 무슨 말인지 영어로 옮겨 적을 수는 없어도 나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내용을 몸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 50p ~ 51p -

 

■ IQ 100에서 전교 1등까지, 나의 중고교 시절

 

여 기서 한 가지 지적해둘 것이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것과 수업 시간에 살아남는 방법 사이에는 분명 대치점이 있다는 점이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과 같이 호흡하고, 적극적으로 그 내용을 이해하려면 친구들의 눈치를 보아서는 안 된다.

 

일단 선생님의 말씀을 주의 깊게 듣기 위해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선생님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손을 들고 질문을 해야 한다. 그게 수업을 받는 것이다. 처음엔 친구들이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튄다’고 구박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물론 그렇게 보는 친구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열심히 하려고 할 때, 내가 최선을 다하려고 할 때 많은 아이들은 나의 진심을 알아주었다.

 

잘난 척 하는 것과 최선을 다하는 것은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아이들은 그것을 구별할 줄 안다. 그리고 친구들을 믿는 그 마음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잘난 척과 최선을 다하는 것의 차이이기도 하다. 나는 항상 나를 지지해주는 따뜻한 친구들 속에 있었고, 그 사실에 지금도 감사한다.

- 97p -

 

책 은 작가가 수집, 정리해놓은 지식과 정보의 전당이며 독서는 이 지식과 정보를 해체, 재배열해 나의 의식 속으로 가져오는 지적 과정이다. 질문 없이 내 것이 되는 정보란 없다. 내 것이 되기 위해선 나름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하는 법이다.

- 119p -

 

■ 나만의 時테크 공부법

 

"나는 친구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한 것은 아니다. 그저 1시간을 10시간처럼 쓰는 비결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나 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만약 ‘남다르게 피눈물 나는 공부 노력을 했다’거나 ‘머리털 빠지게 공부했다’고 하면 아마 코웃음을 칠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나는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나 하며 노는 아이로 보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렇지만 ‘학교내신’ ‘미국 SAT' '영어 만화책 12권 저술’ 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은 데는 나만의 비법이라면 비법이 있었다. 우선, 빡빡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책을 쓸 시간을 확보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데, 그 와중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선 1시간을 10시간으로 만드는 기술이 필요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1. 내 머리는 슈퍼울트라 컴퓨터?

 

나는 한 시간에 교과서 600쪽 가량을 읽어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한 시간에 600쪽이면 5시간이면 3000쪽 독파가 가능한데, 이렇게 되면 중고등학교 모든 암기과목은 하루 공부거리도 안 된다!

 

‘같 은 시간에 다른 학생보다 무려 20배쯤 많이 공부하는 것이 도대체 가능하냐?’고 물으실지 모르겠으나 대답은 ‘가능하다’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그렇게 공부할 수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대답은 ‘내 머리는 슈퍼울트라 컴퓨터이기 때문’이다(여기저기서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ㅎㅎ).

 

사 실 사람은 누구나 목 위에 달린 둥그런 모양의 슈퍼울트라 컴퓨터를 한 대씩 가지고 있다. 단지 그 사용방법을 모를 뿐이다! 구체적인 방법을 얘기하면 다음과 같다(이 방법은 영어 단어를 외울 때나 역사 공부를 할 때 특히 효과적이다).

 

 - 밑줄 잘 긋는 학생이 공부도 짱이다. 처음 읽을 때 중요한 곳에 밑줄을 쫙~ 긋는다.

 - 두 번째 읽을 때부터는 밑줄 친 부분만 읽는다. 단, 2쪽을 읽는데 10초를 넘기지 않는다. 이때 명심할 것은, 일단 읽은 것은 뒤돌아보지 말고 넘어가도록 한다.

 -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이 방법으로 며칠만 하다 보면 중고등학교 모든 암기과목의 내용들이 신기하게도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선명하게 박힌다.

 

난 이 방법으로 SAT를 달랑 한달 준비하고 치렀다! 결과는 99.9% 득점! 이 방법으로 공부할 때 또 하나 명심할 점은 집중력이 공부 시간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공부는 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온 머리와 온 마음까지 합쳐서 몰두해야 짧은 시간에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

 

2. 한번 저장한 것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또 하나, 많은 양의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은 사람 머리가 아무리 슈퍼울트라 컴퓨터라도 한번 저장한 지식이 영구히 남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서 저장해 놓은 정보가 얼마 후 바람처럼 날아가 버린다면 그것처럼 허무한 일이 없다.

 

나는 이 문제를 ‘에빙하우스의 기억곡선’이 라는 개념을 통해서 해결점을 찾았다. 독일의 심리학자인 헤르만 에빙하우스에 따르면, 사람은 학습한지 10분이 지나면서부터 망각이 시작돼 한 시간 후엔 50% 이상을 잊게 되며, 하루가 지나면 76%, 한 달 후에는 90% 이상을 잊어버리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망각이 시작되기 전에 복습을 하면 학습한 내용을 훨씬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의 핵심이자 내 공부법의 포인트이다.

 

난 학교 성적은 ‘잊어버리기 전에’ 복습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수 험생활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주어진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그 시간 안에 누가 더 효율적으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갈라놓는 기준이 된다. 배운 것을 10분 안에 복습하는 사람과, 한 달 후에 복습하는 사람이 각각 공부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그 효과는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그것이 바로 성적으로 이어지게 된다.

 

내 주변에는 복습을 등한시하면서 학원수업만으로 공부를 다 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이는 큰 오산이다. 학교수업을 듣고 이해하는 것과 나 스스로 깨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막상 문제를 풀려고 하면 막히는 것은 제대로 기억하고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복습을 통해 스스로 깨치고 이해하는 과정이야말로 실력을 쌓는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이다.

 

나 는 수업이 끝나면 쉬는 시간을 활용해 핵심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자기 전에 5분간 그 내용을 반복해 읽었다. 하루 후, 일주일 후, 한 달 후에도 역시 5분씩만 복습에 투자했더니 오랜 시간 공부하지 않고도 필요한 지식을 머릿속에 확실하게 저장할 수 있었다.

 

3. 공부는 장난이다?!

 

사실 공부는 힘들다. 하지만 ‘하기 싫어! 지겨워!’라고 계속 생각한다면 점점 우등생의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부정적인 생각 대신 ‘공부는 즐겁다’고 끊임없이 자신을 세뇌해보자. 일명 셀프(Selp) 세뇌법! 공부하는 과목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식을 얻는다는 설렘을 느끼도록 한다.

 

그 리고 공부할 때 재미있는 상상력을 동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역사 공부할 때는 그 시대의 주인공이 돼 보기도 하고, 공부하다가 암기할 것이 있으면 나만의 창의력을 발휘해 외우도록 한다. 내가 영어 만화책 <짱글리쉬>를 쓰게 된 이유도 친구들이 영어를 재미있게 공부하도록 돕고 싶어서였다. 아이들 심리는 다 비슷하다! 재미있게 공부하면 100% 효과가 있다. 만화 보듯이 신나게 공부하자!

 

4. 공부? 난 머리에 사진을 찍는다!

 

아 직 우리말에 익숙하지 못했던 중학교 1, 2학년 시절 나는 어쩔 수 없이 친구 노트를 베껴야만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필기에 별 어려움이 없는데도 시험 때만 되면 다시 노트를 베끼러 돌아다녔다. 내 책이나 내 노트를 보면 한숨밖에 안 나왔다.온갖 지저분한 낙서와 선생님 말씀과 상관없는 내 생각들까지... 누가 보더라도 여학생의 교과서나 노트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욕을 먹어도 크게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듣다 보면 내 머릿속에서도 일종의 화학작용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것들은 온갖 형태로 책이나 노트에 남겨진다. 나의 언어로 바뀌는 과정인 것이다.

 

그런 것들은 주로 그림으로 표현된다. 가령 생물 시간에 세포에 대해 배운다고 치자. 선생님이 빵에 비유해 설명하면 나는 빵을 그렸다. 그리고 이런저런 연상들 이 이어지고 그 빵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 발전했다. 효소 이름이 나열될 때는 만화 <디지몬>이 진화하는 과정처럼 스스로 스토리를 엮어 이런저런 그림들을 나열해놓기도 했고, 이런저런 그래프도 어디선가 찾아 빼곡히 그려 넣었다.

 

이렇게 꾸며진 내 책이나 노트는 시험을 앞두고 중요 개념을 정리할 때 매우 유용했다. 낙서 같은 그림을 보며 수업 내용을 되짚다보면 저절로 이야기가 이어지고, 이런 기억들은 시험 시간까지 연장된다. ‘어? 무슨 내용들이 있었지?’하고 기억을 더듬다보면 다양한 그림을 따라 기억이 재현되는 식이다.

 

특 히 과학이나 사회 과목은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도표나 그림을 그려가면서 공부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 포스트잇이나 형광펜, 색연필 등을 이용해 중요한 부분을 표시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 그리고 시험 후 틀린 문제는 왜 틀렸는지 확인하고 다시 한 번 풀어 머릿속에 반드시 저장해두는 습관을 들인다.

 

5. 공부가 안 되면 안 한다!

 

공부는 집중력이 생명. 집중이 안 될 때 오히려 쉬었다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공부에서는 집중력이 공부시간보다 중요하다. 시간 중심이 아닌 공부 분량 중심의 계획을 짠다.

 

6. 가르치면서 배운다.

 

대충 이해는 가지만 완전히 개념이 잡히지 않은 내용을 친구에게 가르쳐 주다 보면 내용이 머릿속에 정리된다. 확실하게 안다 싶은 내용도 남에게 설명해 주다 보면 더욱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

 

고등학교 때 나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친구에게 수학특강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가르치다 보니 수학 원리가 내 머릿속에 더 선명하게 정리가 될 뿐 아니라 수학 공식이 완벽하게 암기되었다는 사실이다. 가르치는 입장에 서서 보니 무엇이 중요한지도 뚜렷하게 보였다.

 

공부할 때 자존심은 중요하지 않다. 모르는 것은 언제든지 물어보고 아는 것은 친구한테 공짜로 가르쳐 줘라.

 

7. 답안지를 버려라

 

미 국에선 아무도 내 숙제를 도와줄 수 없었다. 스스로 도서관에서 자료를 뒤져가며 숙제를 해야 했고,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덕에 완벽한 이해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없었다. 거기에는 모범 답안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첫 시험을 쳤을 때 나는 반에서 4등을 했다. 아무리 미국에서 공부깨나 하는 학생 소리를 들었지만 어떻게 귀국하자마자 그 정도의 성적을 올릴 수 있었느냐며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간단하다. 완벽한 이해라는 것이 뭔지 나는 잘 알고 있었고 이를 학교 시험에서 적절히 활용한 덕분이었다.

 

나는 많은 문제집을 풀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하게 풀었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문제집을 풀다가 모르는 문제를 발견하면 나는 책을 뒤졌다. 그리고 답을 찾으면 넘어갔다. 뒤에 붙어있는 해답지는 넘겨본 적이 없다.

 

책을 보면서도 정답을 찾지 못한다면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한다. 그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한국 학생들은 모범답안에 의지해 공부한다. 답만 외우고 그 문제를 넘겨버린다. 이래서야 문제의 내용을 조금만 바꿔놓아도 다시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문제집은 완전하게 이해했는지 체크할 때 쓰는 것이지, 문제 푸는 요령만 익히자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해답지는 버려라. 답은 자신의 머릿속, 그리고 책 속에 있다.

- 120p ~ 128p -

 

■ 박주현식 과목별 완전정복 요령

 

* 국어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터라 귀국하면서 내가 가장 걱정했던 과목은 국어였다. 하지만 내 국어 점수는 항상 좋았다. 나중엔 오히려 가장 자신 있는 과목 중 하나로 꼽을 만큼 국어를 잘했다.

 

물론 언어라는 것은 그 말뜻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하지만 국어 시간에 우리가 배우는 것이 단지 말뜻을 배우기 위함은 아니다. 오히려 그 말의 속뜻을 찾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안에 담긴 삶의 이야기, 철학을 헤아려 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종합적 이해 판단력을 기르는 것이 국어 공부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나왔음에도 국어를 잘했던 이유는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책을 읽으며 항상 저자의 의도를, 또 내 생각을 그 위에 덧씌워가는 것을 즐겼다. 간단하게 내가 국어공부를 하던 방식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책을 다양하게 읽는다

가 장 중요한 것은 문제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힘, 즉 독해력이다. 독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교과서나 참고서 외에 여러 종류의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문학 작품을 다양하게 읽어두면 좋다. 나는 고전을 좋아해 중학교 때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많이 읽었다.

 

2. 관용어, 고사성어는 반드시 익혀둔다

스 스로 글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신문 사설과 같은 글을 꾸준히 읽고 중심화제와 거기에 담긴 필자의 생각을 파악하는 연습을 하도록 한다. 이때 반복되는 단어나 문장에 표시를 해 가면서 읽으면 글을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그리고 글을 읽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때그때 국어사전을 찾아서 반드시 그 뜻을 알아두도록 한다. 특히 관용어, 고사성어는 출제율이 높으므로 따로 노트에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3. 배운 내용은 정독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든다

그 날 배운 것은 집에서 최소한 한 번 이상 찬찬히 정독하는 습관을 들인다. 특히 현대문과 달리 지식에 의존하는 요소가 많은 고전은 낱말의 뜻이나 동의어, 경어법 등을 정리하되 의미, 활용, 유사어형의 구별 등으로 분류해 공부하면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4. 문제를 많이 풀어본다

고 2가 되면 언어 영역의 문제 유형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문제를 많이 접해 본다. 언어 영역이 암기 과목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이론들, 예를 들어 어휘 개념의 종류, 개념 간의 관계, 글의 서술 방식, 문학의 장르별 특징, 문학 감상의 여러 관점 같은 것은 그 개념을 확실하게 파악해 두고 직접 문제를 풀어보면서 공부한 내용을 확인했다.

 

5. 문제집을 잘 활용한다

문 제집은 실전에 가장 가까운 책을 풀어 보고 모자란 부분은 보충 교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즉 기본편과 종합편을 두고 종합편에서 이해하기 힘든 내용은 기본편으로 돌아가서 보며, 근본적으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그 내용 자체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책을 찾아서 참고해야 한다.

 

* 수학

 

사 실 이과 학생들에 비해 내 수학 실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나는 전형적인 문과 체질로 학교 수업에서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수학을 깊이 있게 공부해본 적이 없다. 나는 무턱대고 수학공식을 외우지 않았다. 공식을 외우기 전에 원리부터 꼼꼼히 따져보았다(미국에선 공식을 외우게 하지 않는다. 심지어 시험지에 간단한 공식을 제시해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해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면 실력 있는 실패자가 된다. 원리를 이해한 다음 완벽하게 공식을 외워 이를 적용할 줄 알아야 수학을 정복할 수 있다. 또 하나, 예습을 하지 않고 수학 수업을 듣는 것은 시간 낭비다. 예습과 복습이 꼭 필요한 과목이 수학이다.

 

1. 공식은 원리를 먼저 알고 외운다

수 학 공부를 할 때 공식부터 무조건 암기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공식의 기본 개념과 뜻을 모르면 기계적인 계산만 하게 되므로 시험에서 조금만 유형이 다르게 나와도 틀리기 쉽다. 수학을 잘하려면 공식 암기에 앞서 공식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 문제는 확실하게 푸는 것이 중요

수 학은 정확성을 요구하는 과목이다. 아무리 많은 문제를 풀어도 대충 풀면 소용이 없다. 나는 수학 공부를 할 때 적은 수의 문제라도 철저히 이해하면서 확실하게 풀었다. 이렇게 공부했더니 처음에는 속도가 느린 듯했으나 나중에는 속도와 정확도가 동시에 향상되었다. 속도에 의존하는 공부는 수박 겉핥기가 되기 쉽고 창의적인 사고력과 논리력을 기를 수 없다. 그리고 문제는 반드시 손으로 연습장에 직접 풀어보아야 한다. 대충 이해된다고 그냥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 내가 풀이한 내용을 남에게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까지 공부해야 한다.

 

3. 틀린 문제는 반드시 다시 풀어본다

시 험이 끝난 후 답만 맞추고 왜 틀렸는지 확인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되면 다음에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맞았더라도 찍어서 맞힌 문제인지, 헷갈렸던 것인지, 몰라서 틀린 것인지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한다. 그런 다음 몰라서 틀린 문제는 직접 다시 풀어 머릿속에 기억해둬야 확실한 자기 실력이 된다.

 

4. 해답지부터 보는 습관을 버려라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해답지부터 펼쳐 보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해서는 실력이 길러질 수가 없다. 잘 안 되더라도 나름대로 궁리하고 풀어보는 과정을 거쳐야 수학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

 

* 영어

 

내 게 유일한 콤플렉스가 있다면 ‘영어 콤플렉스’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데다 중학교 3학년 때 토익 만점을 받은 내가 영어 콤플렉스가 있다고 하면 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항상 공포에 떨면서 영어시험을 치러야 했다. 한 문제도 틀려선 안 된다. 영어만큼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항상 나를 지배했다. 한 문제라도 틀리면 망신을 당한 듯한 기분이어서 항상 한 문제 한 문제를 풀 때마다 최선을 다했다.

 

특히 SAT를 준비할 때에 단어를 철저하게 외웠다. 단어를 외울 때는 일단 어근을 활용했다. 왜 그런 뜻이 되는지 구조적으로 이해가 되면 암기하는 게 쉬워졌다. 하지만 역시 기억 속에서 끊임없이 사라지기 때문에 결국엔 계속된 반복 학습이 필요했다.

 

1. 제대로 된 원어민 발음을 익힌다

제대로 된 발음을 배우기 위해서는 원어민에게 직접 듣는 것이 최선이지만 누구에게나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테이프나 CD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영화나 팝송 등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를 선택해 반복적으로 들으면 지루하지 않게 공부할 수 있다.

실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 CNN 등 뉴스에 도전해본다. 시사적인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의외로 이해하기가 쉽다. CD나 테이프를 들을 때 받아쓰기 연습을 꾸준히 하면 귀가 예민해져 듣기 능력이 급격히 향상된다.

 

2. 수준에 맞는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

처 음엔 자기 수준에 맞는 재미있는 책을 선택한다. 중간에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익숙한 주제이면 이해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반복해서 읽는 것도 중요하다. 처음에는 의미를 파악하는 데 치중하고 두 번째부터는 재미있게 읽다 보면 어느덧 영어 표현이 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게 된다.

여 러 분야의 책에 조금씩 관심을 가진다. 나는 한번은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는 책, 그 다음은 주제가 무거운 책을 읽는 식으로 진행했다. 예를 들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레미제라블>을 읽은 후 <국부론>을 읽고, 그 다음엔 <해리포터>로 머리를 식히는 식으로 읽었다.

 

3. 어근과 함께 단어를 외운다

문장 속에서 단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한다. 이렇게 외우면 단어를 엉뚱하게 사용하는 일이 줄어들고 단어의 뉘앙스까지 익힐 수 있어 일석이조. 많은 양의 단어를 단기간에 외워야 하는 경우에는 에빙하우스 기법을 이용한다. 단어를 외우고 이것을 잊어버리기 전에 반복 학습을 통해 기억하는 방식인데 SAT1을 칠 때 정말 유용했다.

 

4. 무시하지도 말고 집착하지도 말아야 할 문법

특 히 고급 영어를 하려면 문법이 필수다. 말 잘하는 미국 학생들도 영문법을 배우기 위해 애쓴다. 시험에 나오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한국 선생님들은 영문법을 가르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 선생님들은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게 횡설수설하며 가르치는 영문법을 한국 선생님들은 도표까지 만들어 똑 부러지게 가르친다.

하지만 문법에 얽매여 그것이 목적이 되면 절대 안 된다. 말하고 읽고 쓰는 데 필요한 문법 공부, 그것이 진짜 필요한 문법이다. 특히 문장의 기본형과 동사의 활용법만 익혀도 영어가 보인다.

 

5.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큰 소리로 말한다

입을 크게 벌려야 정확한 발음이 나온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큰 소리로 자꾸 말하는 연습을 한다. 얼굴이 두꺼워야 영어를 잘할 수 있다. 말할 때는 주어+동사의 형태로 연습한다. 예를 들어 ‘나는 간다, 너는 갔니?, 그녀는 갔니?, 너는 가지 않니?, 그녀는 가지 않니?’ 하는 식으로 주어+동사 활용 문장을 연습하면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6. 영어 일기를 쓴다

한 문장이라도 매일 써보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 일기를 쓰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다. 처음엔 다른 사람의 글을 베끼다가 여기에 조금씩 자신의 글을 덧붙여 나가는 연습을 하면 차츰 자신의 문장을 갖게 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반드시 교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 틀린 부분을 확인하지 않으면 영어 작문 실력이 늘지 않는다.

 

7. 문제 유형을 파악한다

모든 시험에는 유형이 있다. 그 유형을 파악하면 시험은 그렇게 두려운 것만은 아니다. 독해문제의 경우 평소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문을 읽기 전에 문제부터 읽는 습관을 들인다면 시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다. 문법 문제는 단원별로 유형을 익혀두면 수능뿐 아니라 SAT와 토플까지 단번에 준비할 수 있다.

 

* 사회

 

지루한 암기 과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사회 과목은 철저한 이해 과목이다. 이해의 키 포인트는‘관계’이다. 역사, 정치, 경제 문제까지 ‘관계’를 생각하며 따져나가면 힘들게 외우려 하지 않아도 공부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1. 역사는 개별적인 사건만 외우지 말고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정치는 구조를 이해하고 도표를 그려가면서 한다.

3. 경제는 생소한 용어를 익힌 후 ‘관계’를 따져보면 이해하기 쉽다.

 

* 과학

 

과학을 통해 우리가 배우는 것은 왜냐는 의문에 대한 답이다. 나 는 과학 과목을 공부할 때 과학사 이야기를 함께 공부했는데 이렇게 하면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가령 이런 식이다. 사과가 떨어지는 풍경을 떠올린다. 사과는 왜 떨어질까?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해낸 이야기를 덧씌워가면서 나는 이야기를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갔다. 만유인력을 증명하기 위해 뉴턴은 어떤 방식을 취했을까? 그 과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가다 보면 저절로 많은 것들이 이해된다.

 

1.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도표나 그림을 그려가면서 한다. 이렇게 하면 연상작용에 의해 나중에 기억해내기가 훨씬 쉽다.

2. 스스로 선생님이 되어서 친구한테 원리를 설명해준다.

3. 문제 암기는 금물. 공식과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129p ~ 134p -

 

■ 영어 첫 단추 다시 끼우기

 

* 영타로 문장 외우기

 

영타를 치면서 내 영어실력은 빠른 속도로 늘었다. 문장 전체를 자연스럽게 외우면서 영어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다. 중요한 것은 문장이다. 타 자를 치게 되면, 그것도 빨리 치게 되면 단어 하나하나씩 읽고 쓸 수는 없다. 문장 전체를 통째로 들어야 한다. 순식간에 문장을 빨아들여 손으로 명령을 내려 보내고, 내 손은 일종의 관습적인 패턴에 따라 타자를 쳐내려간다. 익숙해지면 판단 이전에 손이 듣고 스스로 움직인다.

 

간 혹 영어 회화를 배우는 한국 학생들이 숙어 책을 놓고 열심히 외우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타자 공부는 일종의 문장 훈련인 셈이다. 영어로 말을 하면서 이 앞에 정관사를 넣어야 할지, 부정관사를 넣어야 할지 고민할 여유는 없다. 어떤 부분은 통째로 외워버린다.

 

긴 문장을 듣더라도 고민할 필요는 없다. 어떤 부분들, 문장의 형태를 이루는 기본 부분은 듣지 않아도 이미 인식된다. 바뀌는 부분은 핵심어휘들뿐이다. 그 부분만 듣더라도 문장은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완성된다. 이것이 바로 문장 듣기 요령이다.

 

가 령 ‘Would you like to give me a cup of coffee?'라는 문장이 있다고 치자. 영어 초보자들도 아주 쉽게 이 정도는 알아듣는다. 왜냐고? ’Would you like to give me a cup of...'까지는 이미 일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문장을 숙지해놓는 것’, 이것이 영어 공부의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타자 연습을 권하고 싶다. 영문 책을 옆에 놓고 타자를 치다 보면 저절로 문장 연습이 이루어진다.

- 140p ~ 141p -

 

* 내가 영어를 두 번 배운 이유

 

영 문 소설 독해에 나보다 능한 사람이 CNN 뉴스를 보면서 전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봤다. 말하는 영어와 쓰는 영어를 구별하지 않고 배웠기 때문이다. 내가 영어를 두 번 배웠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새겨볼 만 한다. 나는 미국에서 생활회화를 익혀왔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 이미 토익 만점을 받을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이미 영어로 듣고 말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보통 사람들이 지향하는 영어 공부의 결과는 바로 이런 것일 게다. 미국 사람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

 

여 기서 하나의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내가 SAT 시험을 위해 외웠던 단어들은 한국의 웬만한 영문학도들이 이미 다 배운 그런 단어였다는 것이다. 그들이 <노턴의 영국문학>을 읽거나 <Vocabulary 22000>, 또는 <Word Smart>같은 책을 통해 달달 외우고 있는 것을 그제서야 나 또한 열심히 외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 구어체 영어와 문어체 영어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 점을 무시하고 있다. 미국 학생들이 대입을 앞두고 왜 영어 단어를 외워야 하겠는가? 어떤 단어들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쓰지 않기 때문이다.

 

영 어를 들을 때 다음에 무슨 말이 올지 어느 정도 예측이 된다면 그는 이것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다. 가령 우리말을 예로 들어보자. ‘내가 밥상을...’까지 들으면 보통 그 다음에 ‘받아서 막 밥을 먹으려는데’ 같은 말이 올 것을 예상한다. 그리고 그런 말이 나오면 정확히 알아듣는다. 만일 그 다음에 ‘거안제미(눈을 치뜨지 않고 밥상을 눈썹 높이까지 들어올린다는 뜻)해서 드리려는데’라거나 ‘양수파지(두 손으로 꽉 쥔다는 뜻)하고...’ 등등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딴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못 알아듣는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영어를 말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엔 정말 많다. 어렵게 외운 단어를 어떻게든 써먹으려고 어디든 갖다 끼워 넣기 때문이다. 뜻이 같다고 아무 데나 그런 단어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어를 외울 때는 그 단어가 쓰인 환경을 같이 외워두어야 한다. 우리는 19세기 소설을 영문 교재로 읽기도 한다. 거기에 쓰인 단어들이 지금 미국의 일상회화에서 계속 쓰인다고 믿는 건 <춘향전>식 어투가 현대 우리말에도 쓰이고 있다고 믿는 것과 동일하다.

 

그 뿐이 아니다. 영어는 우리와 어순이 다르다. 그리고 몇몇 표현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가령 ‘난 네가 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를 영작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I think you won't go'라고 적는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주로 주절을 부정한다. 즉 ’I don't think you will go'라고 말한다.

 

예 측이 되지 않기 때문에 들리지 않는 것이며, 구어체와 문어체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에 올 단어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할 것인지 전혀 감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선 결코 영어 실력이 늘 수 없다.

 

* 발음을 바꾸면 영어가 들린다.

 

처음부터 잘못 길들여진 발음은 교정하기가 매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제대로 된 발음을 아는 것이야말로 영어 공부의 첫 단계이다. 사실 영어는 외국인이 배우기에 정말 고약한(?) 언어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언어로 발음과 철자가 거의 똑같은 탁월한 언어다. 어떤 학자는 일란성 쌍둥이라고도 표현한다. 다시 말하면 한국어는 글자만 익히면 글자 쓰기와 발음하기가 동시에 가능해질 정도로 읽기 쉽다. 하지만 영어는 글자만을 익혀서는 도대체 그 글자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영어를 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발음을 따로 배워야 한다. 즉, 글자만을 익혀서는 제대로 된 발음이 불가능하고, 반드시 발음을 배우는 별도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어떤 언어학자는 ‘영어는 두 개의 언어다’, ‘이란성 쌍둥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영어는 글자와 소리가 전혀 다른 이중 언어라는 뜻이다. 우리가 그토록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한글은 정말 배우기 쉽다. 우리말에 생소한 외국인들도 한글에 대해서 잠깐만 설명을 들으면, 금방 그 구조를 이해하고 쉽게 공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글은 너무나 그 구성 원리가 간단하기 때문에 어린이들도 쉽게 배운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 과학적이고도 쉬운 우리글에 익숙해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중적이고 복잡한 영어를 익히기가 어려운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쉬운 공부만 하던 사람은 어려운 걸 하기 어렵지만, 어려운 걸 늘 보던 사람은 쉬운 걸 금방 익히게 되는 원리와 같다고나 할까?

 

단 지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으로 약 8,000음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우리 한글은 실로 소리 나는 것은 다 쓸 수 있는 경이적인 문자임에 틀림없다. 이에 비해 일본어로 표현되는 소리는 300개, 중국말은 400여개밖에 안 된다고 하니, 우리 문자의 음성 표현력이 그들의 무려 20배가 넘는다고 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한글은 현존하는 문자 중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이며, 전 세계 언어학자치고 한글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그 우월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 148p ~ 149p -

 

* 두 얼굴의 사나이

 

우 유는 미역국이랑 궁합이 딱 맞는 단어다. 미국에선 ‘밀크, please!' 하면 점원이 눈만 껌뻑이다가도, ’미역, please!' 하면 우유를 준다는 유명한 얘기가 있다. milk를 제대로 발음하면[미ㅓ???]이 되기 때문에 미역하고 비슷하다. feel은 [fㅣㅕㅡ]로, help는 [헤ㅓㅡㅍ]로 발음된다.

- 180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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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서 남 주려는 학습을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 영어학습과는 상관없어도 적어봅니다.


서울대 최연소 졸업 한혜민씨 “배워서 남 주려는 학습을”

15세에 입학, 20세에 졸업하면서 역대 최연소 서울대 입학 및 졸업이란 기록을 수립한 한혜민씨(23)가
29일 대구가톨릭대 하양캠퍼스에서 하양지역 고교생 600여명에게 자신의 학습비법을 전수했다.
지역 고교생들의 학습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 대구가톨릭대(총장 서경돈)가 마련한 이번 특강에서 한씨는
"학습한 내용을 오래 기억하고,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가장 슬기로운 방법은 바로 '배운 것 남 주기'"
라고 강조했다.
"혼자서 무작정 외우며 머리 속에 집어넣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단순한 암기일 뿐"이란 한씨는 "학습한 것을 자신의 지식으로 구성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친구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눠주고, 또 다른 친구가 알고 있는 것을 나의 것으로 가져오는 것" 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고교시절 자신이 직접 작성한 강의노트를 보여주면서 "시험 직전에 공부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서 친구들에게 강의하는 시간을 가져라. 강의를 준비하다 보면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이 자연스럽게 체계화되고 확실히 머리 속에 남게 된다" 고 역설했다.
요즘은 학생들 사이에 경쟁이 심해지면서 교실에 개인주의적인 형태가 만연하고 있지만, 자기가 배운 것을 먼저 친구에게 내놓으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토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시험을 준비할 때나 숙제를 할 때 혼자서 해결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공부하면 그 효과가 몇 배나 커진다. 각자 정리한 노트나 교재를 함께 돌려보면서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의심나는 것은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면 지식이 더욱 정확해지고 정교해질 것" 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씨는 최연소 서울대 입학 및 졸업이란 기록을 수립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반도체 개발업체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간단히 소개하면서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한 시작은 목적의식을 분명히 가지는 것이다. 목적의식이 분명한 사람은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리더가 된다" 고 충고하면서 특강을 마무리했다.
한씨는 1997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6개월간의 독학 끝에 중학과정 검정고시에서 부산지역 최연소 및 최고 득점자로 합격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컴퓨터를 공부하기 위해 실업계 고교(대전전자정보고)로 진학한 뒤 3년 내내 전교 1등을 차지했으며, 대입수능에서도 400점 만점에 391.3점을 받아 서울대 특차전형(국민윤리교육학)에 2001년 입학했다.
대학 재학 중에는 전공 뿐만 아니라 복수전공으로 천문학, 부전공으로 컴퓨터공학을 이수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섭렵했다.
이어 KAIST 과학기술학 학제전공 석사과정을 마친 뒤 현재 반도체 개발업체인 (주)에이티아이 자동화사업부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에는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고한 '천재는 없다'(행복한책읽기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2008.7.31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김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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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학습 방법론 책들을 읽어보고



제대로 된 영어학습 방법론 찾으려고 인터넷을 엄청 많이 검색하시는 분들 상당히 있으실 겁니다.

저도 아는게 별로 없어서 온갖 학습방법론에 귀가 솔깃해져서 인터넷을 검색하고 많은 사이트를 뒤지고 다니면서 읽어봤고, 학습방법론에 대한 책을 8권 정도 읽었습니다.


우선 요즈음에는 정말 좋은 책들이 서점에 가면 많이 있더군요.

온라인으로 책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고 해도 서점에 들러서 이것 저것 살펴보고 책을 하나 골라서 구입하는 것이 그래도 제일 무난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저도 아는게 없어서 배우는 중인지라 이책이 좋다 저책이 좋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제가 읽어본 책 중에는 이 책 두권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먼저 스피드리딩 책은

사람이 좌뇌형, 우뇌형도 있고 좌우뇌형도 있는데 사람의 유형에 따라 학습방법이 다르다는 걸 알려줍니다.

정찬용 씨가 저술한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라고 하는 책은 청각형 인간에 잘 어울리는 학습법이고요.

시각형인 사람들에게는 백날 공부해도 진전이 없는 형이라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시각형 학습법을 주장하는 학습서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스피드 리딩 책을 읽어보시고 나는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도 좋으실 겁니다.

이 책을 저술하신 분이 만든 사이트에 가셔서 한번 검사해 보세요.


김남호씨가 저술한 "저는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데 어떻게 공부하죠?" 라는 책은

김남호씨가 영어공부하면서 겪은 내용을 피부에 와닿게 잘 저술을 했습니다.


다른 분들이 쓰신 책들은 거의 나는 이렇게 공부했다라는 경험담인거처럼 느꼈습니다.

나는 이렇게 공부했으니 여러분도 저처럼 공부하면 저만큼 할 수 있어요 라는 경험담을 저술한 책들도 상당히 많은데 그런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읽어봤습니다.

아~ 오해는 하지 마세요. 제가 읽어보지 않은 학습방법론 서적도 엄청 많이 있을 거니까요.

어떤 방법으로 하든 잘 하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저는 이 두 책을 읽고 제 나름대로 느낀 점을 토대로 영어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무작정 외우는 영어가 아닌 이해를 바탕으로 외우는 영어를 하고 싶어서 배우는 중이고 배우면서 정리하는 중입니다.


스피드리딩 저자분이 보강해서 만든 책이 Visual Reading 이라고 올해 출간된거 같은데 이건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이것도 구입해서 한번 읽어볼 생각입니다.


영어학습방법 제대로 된 거 찾으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되고 공부할 의욕도 생기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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